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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9   허만 멜빌의 <모비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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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 멜빌의 <모비딕> 중에서
하우통신 | 2007/12/29 00:23
2007/12/29 00:23 2007/12/29 00:23
 
01. 행복과 불행

따스한 체온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딘가 추운 데가 있어야 한다.
비교할 대상이 없이는 그 진미를 맛볼 수 없는 법이다.

이 세상에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만일 지난 날 오랫동안 행복했었노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제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02. 인생은 끝이 없는 항해

우리는 배에 올랐다. 돛을 올리고 배는 강을 따라서 내려갔다.
강의 어귀에는 마을이 솟아 있고, 얼음을 뒤집어쓴 나무들이 차갑고 맑게 갠 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선창가에는 둥근 통들이 산처럼 쌓여 있고,
전세계를 떠돌아다니다 돌아온 포경선들이
소리도 없이 떼를 지어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통장이들의 통 만드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새로운 항해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소리였다.

세상에서 그토록 위험한 원양 항해가 한번 끝났다는 것은 곧 두번째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두번째가 끝나면 다시 세번째가 시작되고...
이렇게 해서 다음에서 다음으로 그것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끝이 없다. 아니,
세상사라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렇듯 견디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


03. 위대함

비극적으로 위대한 모든 인물들은 그들 특유의 어떤 병적인 개성과 운명을 소유하고 있다.
대망을 품은 젊은이들이여!
모든 인간의 위대함이란 병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라!


04. 진정한 용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란
위험에 직면해서 그 위험을 공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며,
무서움을 모르는 자는 겁장이보다 더 위험한 인간이다.

용기란 단순하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며,
무엇인가 물러설 수 없는 환경에 처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때문에 그것은 아무 때나 쓸모없이 남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05. 동료의 결함

인간이란 야비하고 가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상을 품고 있는 인간은 참으로 숭고하고 찬란하며 장대하고 현란한 존재이므로,
그런 인간에게 약간의 수치스러운 결함이 나타나는 경우,
그의 동료는 비록 가장 비싼 옷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아낌없이 벗어서
그 결함을 감추어 주어야 한다.


06. 모욕

손으로 한번 얻어맞는 것은 매로 오십 번을 얻어맞는 것보다 더 화가 치미는 법이다.
모욕이란 살아있는 것들이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07. 카인이 아벨을 죽인 곳

자, 링은 만들어졌다. 이 세상이 바로 링인 것이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곳도 바로 이 세상의 한복판이었다.

멋진 얘기이다. (싸운다는 것은)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신은 어째서 세상에 링을 만들게 했단 말인가?


08. 프로메테우스

스스로의 치열한 의식에서 스스로 프로메테우스가 된 인간,
그대의 심장은 영원히 독수리의 먹이가 되었고,
그 독수리야말로 바로 그대가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09. 죽음

우리는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해서 아주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지구상에서 소위 그림자라고 불리고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참다운 모습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영적인 것을 생각함에 있어서
그것은 마치 굴조개가 바다 밑에서 태양을 쳐다보며
흙탕물을 가장 맑은 공기라는 생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는지도 모른다.

내 육체는 나의 보다 훌륭한 부분의 찌꺼기인지도 모른다.
내 육체를 누군가가 가져가고 싶다면 마음대로 가져가도 좋다...
그러나 내 영혼을 산산조각 내는 일은 주피터 신으로서도 할 수 없으리라.


10. 양심

양심은 상처와 같은 것이며,
이 상처의 출혈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란 이 세상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11. 종교

나는 모든 사람들의 종교적인 의무에 대해서는
비록 그것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운 짓이더라도 최대의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는 성품이다.
예컨대 개미떼들이 독버섯에 대해서 숭배를 한다고 해도 이를 경멸하지 않는다.

또 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다른 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굴한 노예 근성을 가지고,
어떤 지주에게서 농토를 소작으로 빌려 경작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주가 죽은 다음 그 지주의 흉상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고 해도
나는 그것이 비굴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2. 심판

지금 당장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생각해 봐.
그런데도 그때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라고?
돛대 세 개가 뱃전에 마구 부딪치면서 연방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리고 파도가 앞뒤로 머리 위를 넘나드는 판에, 뭐?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라고?

아니, 나는 그때 죽음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어.
오직 생명만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에이헤브 선장이나 나나 모두가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제일 가까운 항구에 닿을 수 있을까?
오직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13. 교훈

번뇌하기보다 명성을 추구하는 자에게는 화가 따른다.
선 그 자체보다 선이라는 이름을 더 바라는 자에게는 화가 따른다.
이 세상에서 치욕을 감수할 용기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따른다.
구제를 받을 수 있음에도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따른다.
다른 사람에게 설교를 하면서도 그 자신은 무뢰한인 자,
그에게도 화가 따를 것이다.


14. 어느 포경선원을 위한 비문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겨울 밤,
피쿼드 호가 복수심에 가득찬 뱃머리를 냉혹하고 광폭한 바다 물결에 내밀고 있을 때,
조타기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바로 벌킹톤이었다.

4년 동안의 위험한 항해를 마치고 이 한겨울에 돌아와서는
잠시 숨돌릴 새도 없이 그는 또다시 폭풍의 바다로 뛰쳐나온 것이다.
나는 동경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를 쳐다 보았다.

가장 경외로운 것은 말로 나타낼 수 없으며,
깊은 회한은 비명(碑銘)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법이니,
이 짤막한 글은 벌킹톤의, 돌에 새겨지지 않은 비문이다.

그는 폭풍에 시달리며 바람이 불어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해변으로 떠밀려 가는 배와 같다.
항구는 기꺼이 구조의 손길을 내민다.
항구는 인정이 많은 곳, 항구에는 안전과 휴식과 난로와 만찬, 따뜻한 모포와 침대,
그리고 우리 인간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다.

그러나 폭풍 속에서는 그 항구, 그 육지가 배에게 가장 위험한 곳이다.
온갖 환대의 즐거움과 기쁨을 뿌리치고 피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배가 육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면,
배의 밑전이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배는 난파되고 마는 것이다.

배는 안간힘을 다해서 돛을 펼치고 바다 밖으로 돌진해야 한다.
육지로 되돌려 보내려는 바람과 싸우며
바닷물만이 사납게 너울거리는 절해를 찾아 보호를 바랄 수 없는 신세처럼
바다의 위험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경우 가장 친근한 친구(인 육지)는 오히려 최악의 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대는 아는가, 벌킹턴?
이처럼 치명적이고 견뎌내기 어려운 우주의 섭리를, 그 참모습을 그대는 보았는가?
인간의 모든 깊고 참다운 사상이란 자기가 서 있을 수 있는
광활하고 망망한 바다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영혼의 대담한 투쟁이며,
또 천지간의 온갖 광폭한 바람이 그 영혼을 굴종과 배반의 땅으로 몰아내려는 흉계에 맞서
용감하게 반항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대는 알고 있는가?

만일 육지를 떠나 바다로 가는 것만이 바다처럼 넓고 넓은 진리의 극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라면,
바람 불어가는 쪽의 해안이 설사 안전지대라고 하더라도
명예스럽지 못하게 그곳에 배를 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노한 파도가 넘실거리는 망망 대해에서 멸망을 맞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육지에 기어오르는 것은 실로 벌레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 무서운 폭력! 이 고뇌! 모든 게 다 헛된 것이 아니겠는가?

기운을 내라, 벌킹턴이여!
암담하더라도 참아라, 반신반인의 영웅이여!
그대가 바다에서 사라지면 거기에 물보라가 치솟을지니,
그것은 곧 그대의 신격화한 심령이 치솟은 것임에 다름 아니리라!



문득. 다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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